밖으론 무역 자유화의 거센 파도, 안으론 널뛰는 원가와 인력난….’ 많은 사람들이 우리 농업의 위기를 이렇게 한탄하고 있을 때, “농사는 더 이상 하늘만 보고 짓는 것이 아니다”고 선언하고 나선 ‘벤처 농업인’들이 있다. 어려울수록 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희망을 제시한 벤처 농가와 농업 관련 벤처기업이 한자리에 모였다. 예산군 신암면 종경리 충남농업기술원에서 오늘(28일) 개막하는 ‘2006 벤처농업 박람회’. ‘한국농업! 새로운 도전과 희망’을 주제로 다음달 7일까지 열흘간 열린다.
◆200개 벤처 농가·기업 참여
“2001년 1월7일. 35㎝ 기습 폭설에 3200평이나 되는 비닐하우스가 폭삭 주저앉았어요.”
한아름농장(chaesobat.co.kr) 최근학(55·충남 서산 대산읍) 대표는 “2억원의 빚을 떠안고 두 달 넘게 술로 지새다가 몸까지 망칠 뻔 했었다”고 했다. 재기를 위한 비밀병기는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채소를 직접 재배할 수 있게 고안한 ‘길러먹는 쌈채소밭’. 큰 수고 없이 보름 정도면 무공해 채소를 수확하는 ‘웰빙상품’이다. 단열 효과가 높고 값도 싼 스티로폼 상자로 뜨거운 햇볕 문제를, 참숯으로 수돗물 속의 소독약 문제를 해결해 특허까지 따냈다. 기술을 배우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 통에 2700평 하우스 토마토 농사가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3년쯤 뒤면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하우스농사가 엄청 어려워질 거예요. 그래서 벤처농업이 필요한 겁니다.”
이번 박람회에는 120개 벤처 농가와 80개 농업 벤처기업이 참여했다. 모두들 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한국 농업의 ‘전사’들. 하트·별·클로버 모양의 ‘삼박골 모양 표고버섯’, 흔히 보는 호박을 다이어트 식품으로 개발해 부가가치를 창출한 ‘참샘골 호박미인’ 등 종류도 다양하다.

▲ '돈' 열렸네 벤처농업박람회장의 한 코너로 마련된‘벤처 채소 터널’. 벤처농업박람회는‘색동호박’을 비롯, ‘토감’‘무추’‘가지나무’‘고추나무’등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조해낸‘작품’들을 구경하고 힌트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충남농업기술원 제공

◆뿌리엔 감자, 줄기엔 토마토
벤처농업박람회장에는 늦여름·초가을에나 보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활짝 폈다. 사과와 배도 제철을 잊고 빨갛고 노랗게 익어가는 중이다. 모두 발전된 재배 술로 박람회 기간에 맞춰 개화(開花) 시기를 조절해낸 작품들. 줄기에는 토마토 뿌리에는 감자가 열리는 ‘토감’, 땅 위에는 배추 땅 속에는 무가 크는 ‘무추’, 아래는 수박 무늬인데 윗 부분은 샛노래서 수박과 박을 반씩 합친 듯한 ‘색동호박’도 만날 수 있다. 어린이 키(1.5ｍ) 높이의 ‘가지나무’와 ‘고추나무’에는 500~600개나 되는 고추·가지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렸다.
박람회장 준비에는 30억원이 들었다. 한국 농업의 과거·현재·미래를 한눈에 보는 주전시장인 ‘아벡스관’을 비롯, 초록농업관, 신기술개발관, 친환경농업관, 희망농업관 등 5개의 전시관이 중심이다.

▲ 아파트 베란다에서 손쉽게 재배하는 ‘길러먹는 쌈채소밭’으로 특허를 따낸 한아름농장 대표 최근학씨.

이와 함께 ‘명예의 전당’에는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부터 육종학자인 우장춘 박사까지 48명의 ‘농업 명인’이 소개됐다. 수퍼옥수수, 우주에서 기를 수 있는 우주식량도 전시된다. 장미원·튤립원·보리밭·유채꽃밭 등 17곳에 총 6만평의 꽃동산까지 마련했다. 가족 나들이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최성호 박람회 추진단장은 “고부가가치 벤처 농업의 현 주소와 무한한 가능성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농업은 경쟁력이 낮다는 생각은 BT(생명공학)·IT(정보통신) 기술이 접목되고 있는 요즘으로선 시대를 모르는 편견일 뿐이란 것이다.
관람료 어른 6000원, 어린이 3500원. (041)330-5912. www.avex 2006.com